은퇴라는 단어가 다가왔을 때, 그건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. 하루하루를 채워나가야 하는 또 다른 시간. 그 새로운 출발을 여행과 골프로 함께하기로 했다. 단지 운동의 의미가 아니라, 내 마음과 몸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 조용한 의식처럼. 그래서 찾았다. 이왕이면 명문골프장이어야 했다.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고, 한 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런 골프장. 그리고 우연히 연결된 기회는 베트남 다낭이었다.

명문골프장을 찾아 떠나는 해외여행. 긴장감이 없진 않았지만,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오히려 마음은 더 가벼워졌다. 다낭은 그런 도시였다. 사람을 조용히 안아주는 도시. 뜨거운 공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...더보기

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면, 거리와 담장 너머로 수국이 피기 시작한다. 보랏빛, 분홍빛, 푸른빛이 뒤섞인 그 몽글몽글한 꽃송이들은 마치 마음을 조심스럽게 고백하는 누군가의 얼굴처럼 보인다. 가까이 다가가면 비에 젖은 듯 촉촉하고, 멀리서 보면 한 무더기 구름 같다.

비가 오기 전, 수국이 가장 예쁘다. 바람에 잎사귀가 살짝 젖을 정도의 습도, 공기 중에 비가 머물다 가는 듯한 흐릿한 빛. 그 애매하고 흐린 하루를 수국은 제일 잘 안다. 그래서일까. 수국의 꽃말은 ‘진심’이기도 하고 ‘변덕’이기도 하다. 고백 같기도 하고, 이별 같기도 한 모순된 마음들. 결국은 그것조차 사랑이었음을 수국은 말하는 듯하다...더보기